2002년 경제도 정리단계에 접어들었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올 경제는 현 상태대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올 한해 미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 한 것은 아니었으나 기대처럼 화끈한 활황세를 보여준 것도 아니다. 하이텍의 상대적인 퇴보 후 이를 대체할 만한 ‘신소재’개발에 실패한 미 경제가 저력으로 버텨낸 한 해였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한인 커뮤니티 경제도 이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지 않다. 2002년 한인경제 10대뉴스를 선정했다. 지난 1년간의 경제이슈, 그 기억들을 되살리고 이들이 한인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떠했는지, 연말까지 10회에 걸쳐 되짚어 본다.
2002 한인경제 10대뉴스 <본보선정>
1.초저금리 시대
2.보험료 인상러시
3.부동산시장 여전히 ‘핫’
4.서부 항만파업
5.현금거래 규정강화
6.심상찮은 다운타운
7.노사분규 장기화
8.요식업계 드센‘서울바람’
9.바닥권 증시
10.세탁소 퍼크금지
1? 초 저금리
소비는 촉진 부채는 늘어
올 소비자 경제의 최대 이슈는 초 저금리였다. 한인사회와 주류사회 모두 공통된 현상이었다.
올 들어 11차례나 단행된 단기금리의 인하로 은행권의 우대금리는 반 토막이 났다. 모기지 금리는 수 십 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자동차의 0% 파이낸싱은 연중 프로모션으로 굳어졌고, 가구, 가전, 온열기, 피아노 등 대부분 소매 업종에 무이자 할부가 확산되면서 소비가 촉진됐다.
은행이 최우수 고객에게 적용하는 우대금리는 9%대에서 4%대로 곤두박질쳤다. 모기지 금리는 올 들어 최저치를 계속 경신, 한 때 30년 고정은 마지노선이라던 6%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주택시장만이 호황을 누린 주된 이유중 하나이다. 집 값은 두 자리수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워낙 낮은 이자율 덕분에 주택 시장은 아직도 건재하다. 초 저금리는 한인들의 소비 형태를 바꿔놓았다.
소매업계에서는 초 저금리시대를 맞으며 0%가 아니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가전까지 인센티브가 막강해지면서 ‘멀쩡한’ 차를 바꾸고, 고가의 플라즈마 TV를 들여놓는 등 과소비를 충동, 가계 부채가 알게 모르게 늘어났다는 한인들도 꽤 됐다.
은행의 예대금리 변화로 한인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융자금 상환 부담이 적어졌다고 희색인 소비자들이 있는가 하면 안전한 목돈 마련처로 은행을 이용하던 한인들은 예금 이자율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오히려 손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증시 폭락과 초저금리 영향으로 한인은행들의 머니마켓, 세이빙스 등은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커져 크레딧 카드 대금 연체율이나 가구 당 평균 크레딧 카드 부채도 어느 해 보다 증가, 초 저금리의 후유증도 단단히 경험한 한 해였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