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 식당, Sushi Roku

2003-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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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 신선도 손꼽을 ‘ 소문난집’

사시미외 특선요리도 일미
단골집온듯 평온한 실내분위기
유명스타들 발길 잦아


유명 스타들이 자주 찾는 데다가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는 식당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격언을 믿기 때문이다. 5년 전 스시 로쿠(Sushi Roku)라는 일본 식당이 혜성처럼 나타났을 때도 그래서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이 신예 레스토랑은 기라성 같은 기존의 일본식당들을 제치고 온갖 잡지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등 유명 스타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뻔질나게 스시 로쿠를 찾았다.
그런데... 인정할 건 인정하자. 분위기도 좋고 오는 사람들도 멋있지만 레스토랑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맛에 있어서 스시 로쿠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게 되는 곳이다.
요꼬하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 마이클 카르데나스(Michael Cardenas)는 베버리 힐즈의 차야와 맞추히사 등 LA의 손꼽히는 일본식당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차근차근 식당 수업을 받았다고 하는데 타고난 센스로 이 둘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컨셉 레스토랑(Concept Restaurant) 창조해냈다.
입구에는 커다란 돌을 파서 만든 연못이 손님들을 반기고 그 위에는 철로 만든 물고기 조각이 마치 현대미술관의 작품처럼 매달려 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 쌓인 아담한 패리오에는 이끼 낀 돌도 갖다 놓고 그 사이로 물줄기도 졸졸 흐르게 해 심산유곡에라도 온 것처럼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나무를 특별 주문해 만들었다는 테이블에는 까만 조약돌이 얌전히 올려져 있고 그 위에는 나무 젓가락을 얹은 것이 보기에 예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머리띠 질끈 맨 스시맨과 웨이터들이 먼길 떠났던 가족이라도 돌아온 양, 큰소리로 "이라시아마세."를 외치며 반긴다. 이들의 친한 척(?)은 식사를 마치고 갈 때까지 계속돼, 마치 10년 단골집이라도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참치 뱃살(Toro), 생새우(Amaebi), 조갯살(Miruguai) 등 사시미와 스시 메뉴는 바다에서 잡아오자마자 가져온 듯 신선하기가 이를 데 없다. 주방장 특선 요리인 푸와 그라 스시(Foie Gras Sushi)는 프랑스 최고급 요리인 푸와 그라를 스시로 변환시킨 것. 소스를 그림 그리듯 끼얹고 금가루와 꽃잎까지 뿌려 장식한 것이 나비 부인의 기모노 자락보다 아름답다.
아구의 간을 연어로 돌돌 말아 우니와 토로를 얹은 전채(Monkfish Pate Wrapped with Salmon Topped with Uni, Toro and Osetra Caviar)는 명망 높은 프랑스 요리에 대해 정면 도전장을 낸 스시 로쿠의 야심작.
스페셜 소스가 곁들여진 랍스터 롤(Baked Lobster Roll with Creamy Spicy Sauce)은 가재 꼬리 하나가 다 들어가 푸짐하다. 버터 소스를 충분히 넣어 구운 대구(Broiled Black Cod in Yazu-Butter Sauce)는 부드러운 맛이 녹아들 것 같고 다이나마이트(Roku’s Scallop Dynamite)는 약간 카레 향이 감도는 것이 여러 식당 것 많이 먹어봤지만 그 가운데 최고로 꼽을 만 하다.
폰주 소스로 맛을 낸 살짝 익힌 다랑어 샐러드(Seared Albacore Salad with Garlic Ponzu Sauce), 다진 고추를 곁들인 방어회(Hamachi Sashimi with Diced Chilis) 등 샐러드도 아주 창조적이다. 바삭한 덴뿌라 가운데 성게 알을 시소 잎에 싼 튀김(Uni Wrapped with Shiso)은 소재의 조화가 묘하다. 녹차로 고운 연두 빛을 낸 차소바(Cha Soba)의 맛도 아주 깔끔했다.


Tips


▲종류: 일본 식당 ▲오픈 시간: 베벌리힐스 지점의 런치는 월-금요일 11시30분-2시30분. 토요일은 11시 30분-11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디너는 월-금요일은 5시30분-11시30분. 일요일은 디너만, 5시30분-11시까지. 다른 지점의 오픈 시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길. ▲가격: 전채는 5-24달러. 돈부리와 국수 종류는 9-14달러. 메인 디쉬, 아라카르트(A La Carte)는 16-25달러. 샐러드와 수프, 밥을 포함한 디너 세트는 21-30달러. 스시는 4-10달러. 마끼 종류는 4-10달러. 사시미는 8-20달러. 런치 콤비네이션은 13-14달러. 벤토 박스는 23달러. ▲주차: 발레 파킹 4달러. ▲주소와 예약 전화: 베벌리힐스 지점- 8439 W. Third St. Los Angeles CA 90048. 한인타운에서 3가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La Cienega 조금 못 미쳐 오른쪽으로 나온다. 전화 (323)655-6767. 패사디나 지점-33 Miller Alley One Colorado Pasadena CA 91103, 전화 (626)683-3000. 샌타 모니카 지점- 1401 Ocean Ave. Santa Monica CA 90401, 전화 (310)458-4771.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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