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이텍 기업 여성 CEO ‘삼총사’회사 살리기 ‘진땀’

2002-11-0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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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텍 ‘버블’ 붕괴로 인한 수요 감소로 관련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성 최고경영자(CEO) 3총사가 이끌고 있는 하이텍의 3대 주자 제록스, 휴렛 패커드(HP), 루슨트 테크놀러지스가 고전하고 있다. BBC 방송은 최근 제록스의 앤 멀케이, HP의 칼리 피오리나(사진), 루슨트의 패트리셔 루소 등 여성 CEO들은 열악한 기업환경 속에서 각자의 자구계획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슨트
CEO 루소는 “금년은 매우 힘든 한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루슨트는 비용절감 및 수익성 회복을 통해 네트워킹 장비 수요 격감을 이겨내려 애써왔다. 전체 인력의 70%가 감원돼 인력이 4만5,000명 선으로 대폭 감축되면서 직원사기는 바닥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월 7.20달러였던 회사 주가가 지난달 말 현재 불과 80센트로 85%나 폭락했다. 주당 가격이 1달러를 밑돌면서 루슨트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다.
루슨트는 지난 3·4분기 중 28억달러의 적자를 내 10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제록스
코네티컷주에 있는 제록스 본사의 분위기는 그렇게 살벌한 편은 아니다. 뼈를 깎는 비용절감 노력과 비수익 생산라인 감축 등의 노력으로 3분기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CEO 멀케이는 “회사의 사업모델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회계부정 스캔들의 후유증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4년간 이익을 30억달러 과대 계상한 것과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합의금 1,000만달러를 물었다. 스캔들의 여파로 주가는 지난 1월 11.50달러 안팎에서 요즘 7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휴렛 패커드
역시 비용절감을 통해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CEO 피오리나는 회사의 신장률이 5% 미만에 머무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매출감소 및 시장점유율 하락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흐름”이라며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피오리나는 지난 5월 마무리된 컴팩과의 합병에 CEO로서 모든 것을 걸었다. 덩치를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HP-컴팩 통합법인은 최근 오히려 컴퓨터 메이커 순위에서 `델’에 이어 2위로 밀렸다. 양사의 합병으로 일자리는 1만개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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