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음직하고 보기좋은 ‘예술 음식’과의 만남

2002-10-18 (금)
크게 작게

▶ 주말 외식

▶ 몬로비아 프랑스 식당 ‘라 파리지엔느’

그녀들은 도대체 무슨 감각을 타고 태어나기에 10년 전 옷을 꺼내 입어도 코사지 하나, 스카프 하나로 완벽하게 변신할 줄 아는 걸까. 파리에 사는 아가씨, 파리지엔느들의 패션 센스는 유명하다. 고성 옆에 세운 루브르 박물관의 현대식 피라미드 건물, 고전적인 도시에 들어선 현대적 감각의 에펠탑. 어린 시절부터 이렇듯 파격적인 조화를 눈에 들여놓고 사니 센스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전철이고 버스 안에서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책을 읽으며 내면을 곱게 단장하는 파리지엔느들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몬로비아의 프랑스 식당 라 파리지엔느(La Parisienne)는 파리 아낙네의 살림 솜씨를 대할 수 있는 곳.
낮은 천장과 나무 기둥, 조금은 촌스런 커튼과 벽지, 곳곳에 걸려있는 거울, 구리 냄비와 프라이팬이 매달려 있는 벽난로. 분위기가 아늑하면서도 편안해 긴장이 풀리는 것이 집에서의 저녁 식사처럼 소화가 잘 될 것 같다.
오늘 특별히 마련된 메뉴는 가히 예술이라 칭할 만하다. 조갯살을 살짝 익혀 트러플 소스를 끼얹고 연어알, 날치알을 곁들인 전채(Seared Fresh Sea Scallop in Trufle Emulsion)는 인어 공주의 가슴팍을 가리던 것 같은 조가비에 모양도 예쁘게 내오지만 맛도 환상적이다. 버터 향이 진한 달팽이 요리(La cassolette d’escargots), 5가지 향초로 맛을 낸 조갯살과 개구리 다리 요리(Les Petoncles & Nymphes), 케이전 햄과 버섯 그라탕을 넣어 구운 굴 요리(Les Huitres Chaudes en Bienville)는 물론이고 파리의 비스트로에서 폼 나게 먹던 해물 접시(Le Plateau de Neptune)도 좋은 선택.
사과 향이 배어든 베이컨과 볶은 호두, 아펜젤러 치즈를 섞은 엔다이브 샐러드(La Salade Paysanne)는 샐러드를 김밥처럼 돌돌 말아 내오는 모양새가 독특하고 신비한 맛의 드레싱은 신선한 야채를 가장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준다.

캬라멜로 볶아 달게 만든 토마토 위에 놓인 필레 미뇽은 진저 포트 와인 소스로 요리했는데 26일 동안 숙성시킨 최상급 블랙 앵거스 쇠고기만을 사용한다는 설명이 전혀 과장됨이 없음을 확인시켰다. 트러플 소스를 곁들인 가재 구이(Le Homaed roti Waleska)나 샴페인 소스로 조리한 연어 구이(Le saumon Rosette)도 향기롭다. 그밖에 토끼, 양, 멧돼지, 곰, 사슴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재료들도 카브네이, 피노 노와르, 그란 마니에 등 향기 가득한 소스로 맛을 냈으니 시도해 볼 만하다.
코스와 코스 사이에는 자몽과 라벤더 향이 싱그러운 샤베트로 입맛을 정리한다. 세이지, 로즈메리, 다임 등 요리마다 꼭 어울리는 싱싱한 향초가 가지 째 꽂혀 나올 수 있는 것은 식당 뒷마당에 허브 가든이 있기 때문이라고.


Tips
▲종류: 프랑스 식당 ▲오픈 시간: 런치는 매일 오전 11시-오후 2시. 디너는 매일 오후 5시 30분-10시 30분. ▲가격: 런치 전채는 5-14달러. 메인 디쉬는 10-16달러. 디너 전채는 6-16달러, 메인 디쉬는 16-27달러. 와인과 곁들인 6코스 주방장 특선 시식 메뉴는 일인당 70달러. ▲주소: 1101 E. Huntington Dr. Monrovia CA 91016. 2번 E. → 134번 E. → 210 E. → Evergreen St. 출구에서 내려 Buena Vista Ave.에서 좌회전 → Huntington Dr.에서 좌회전. LA에서 약 25마일 거리이다. ▲전화: (626) 357-3359
<박지윤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