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맛있는 파스타에 와인 한잔

2002-10-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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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식당 ‘일 파스타이오’

일 파스타이오(Il Pastaio)가 좋지 않은 서너 가지 이유. 항상 손님들이 들끓어 기다려야 한다. 손님들이 많아 분위기가 산만해 조용한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메뉴가 다 맛있다 보니 뭘 먹어야 하나 고민스럽다. 양이 너무 푸짐해 주는 대로 다 먹으면 체중 조절에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일 파스타이오가 좋은 서너 가지 이유는 뭘까. 첫째, 맛있다. 둘째, 맛있다. 셋째도 역시 맛있다.

파스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일 파스타이오(Il Pastaio)는 드라고 형제의 막내둥이 쟈코미노(Giacomino Drago)가 경영하는 식당. 입구 쪽에 널어놓은 초록, 빨강, 노랑의 파스타가 어릴 적 동네 초입에 있었던 국수 집 면발 말리던 모습처럼 정겹다.
커튼 색깔이나 벽의 그림이 그다지 감각 있는 디자이너의 작품 같지는 않다. 하지만 주방 바로 앞의 셰프 테이블(Chef’s Table)은 ‘내 자리’라고 찜하고 싶을 만큼 예쁘다. 벽에는 황금사자상과 팔라조 듀칼레가 들어서 있는 베니치아의 샌마르코 광장이 그려져 물의 도시에의 추억을 일깨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책하는 사람들,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비둘기, 그리고 탄식의 다리와 귀족의 성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호화 호텔, 다이넬레까지. 맛있는 이태리 요리와 함께 베니치아로 떠나는 여행까지 덤으로 주어진다고 해야 할까.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홍합·조개 요리(Zuppetta Di Cozze e Vongole)는 국물 맛이 개운하고 호박 수플레(Timballo di Zucchine)는 부드러운 소스 맛이 일품이다. 잘게 다진 야채를 새우와 망고 드레싱으로 맛낸 샐러드(Trittico di Insalata)는 쌉싸름한 야채와 새콤달콤한 드레싱 맛이 기막히게 어울린다.
세 가지 야채 샐러드(Insalata Tricolore) 위에 얹은 파미지안 치즈의 콤콤한 냄새는 된장이며 청국장, 발효 식품 먹어본 우리들인지라 싫지 않다.
11가지의 샐러드는 곁들인 재료와 드레싱이 모두 독특해 야채 요리 싫어하는 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해물이 듬뿍 들어간 스파게티(Spaghetti allo Scoglio), 버섯 넣은 굵은 면발의 파파르델레 (Pappardelle Verdi), 가재와 게살로 맛을 낸 링귀니(Linguine con Crostacei), 호박으로 속을 채운 또르텔로니(Tortelloni di Zucca)는 먹는다는 것을 참 행복한 행위로 만드는 파스타들.
오징어 먹물로 요리한 리조또 네로(Risotto), 버섯과 치즈 퐁듀로 요리한 리조또(Risotto di Funghi) 등 밥 종류도 다양하다. 피에몬트 스타일로 조리한 스테이크와 한 마리 통째로 요리한 생선 등 메인 디쉬도 빠지지 않는다.

Tips
▲종류: 이탈리아 식당 ▲오픈 시간: 매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까지. ▲가격: 전채는 6-13달러. 메인 디쉬는 11-23달러. 6코스 주방장 특선 시식 메뉴는 일인당 48달러. ▲주소: 400 N. Canon Dr. Beverly Hills CA 90210. 한인타운에서 Wilshir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Canon Dr.를 만나 우회전해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나온다. ▲주차: 점심 시간에는 주변의 무료 주차장을 2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고 저녁때는 식당 바로 앞에 발레 파킹이 준비돼 있다. ▲전화: (310) 205-5444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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