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제언행 너머의‘진정한 목소리’듣도록

2002-10-0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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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과 심각도 파악이 우선돼야

▶ 교육상담

사제간이나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개인의 감정이 개입되면 문제의 본질은 언급도 하지 못한 채 해결을 맺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관계에 금이 가거나 심지어는 영원히 끊어지는 아픔도 겪게 된다.
필자 학교의 E라는 학생은 성적이 우수하고 친구들과의 대인관계도 원만하며 자신의 의견을 똑똑하게 표현하는 중동계 학생이다.
매일 아침 거행되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가 담임 교사인 미세스 F에게 강요당하는 것 같아 가끔은 참여를 안 하여 왔다고 한다.
나팔소리가 날 때 다른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자신은 그냥 조용히 앉아 있으며 방해는 하지 앉았기 때문에 미세스 F도 한번도 눈치를 주시거나 훈계를 하시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전엔 미세스 F께서 기분이 안 좋으신 상태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E학생에게 참여하기를 강요하셨다.
E학생이 헌법으로 보장된 자신의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며 따라주지 않자 미세스 F는 E학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을 무시하는 언사로 들리고 무례하게 보여 목소리가 높아지셨다.
결국 E학생의 과거 잘못까지 거론하시며 결국 E학생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씀도 하시게 되기에 이르렀다.
E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아무 문제도 없다가 오늘은 왜 문제를 삼으시는지 이해가 안되고 미세스 F의 부친께서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워준 사실은 고맙지만 그 사실이 E학생 본인과는 상관이 없으며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경례가 진실한 것이지 강요당하기 싫다고 계속 거부하면서 이 담임반에 다시는 들어오기 싫다고 외치며 교사를 무시한 채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에의 참여가 이 사제간의 갈등의 핵심이지만 서로 자신의 입장만 앞세우고 상대방의 말은 무시한 채 자신의 말만하며 결국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다시는 안 만날 사람들처럼 헤어져 버렸다.
서로의 감정을 다스리며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관해 진지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으면 교육적인 효과도 있었을 것이며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교육구의 법조 자문인에 따르면 개인의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이곳에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으며 따라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학생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참여 안 한다고 훈계할 수도 없다. 결국 편지로 서로에게 사과문(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 변명에 그침)을 전달하고 학생의 담임반을 바꾸는 것으로 씁쓸하게 해결을 보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갈등은 이렇게 감정에 휩싸여 문제의 본질을 지나쳐 버리고 좋은 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많은 줄로 안다. 갈등이 있을 때 자녀의 예의에 어긋난 태도나 시건방진 말투 사이사이에서 자녀가 지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부모님들의 책임임을 기억하시고 신중을 기해 현명히 대처하시기를 바란다.
자녀를 대하실 때에는 감정을 다스리시고 우선 ▲문제의 핵심이 부모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하실 정도의 심각한 것인지 ▲자녀가 혼자 해결하게 지켜보며 독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기회인지 ▲자녀와 단둘이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인지 ▲자녀의 친구 등 제 3자를 관여시켜야 하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등의 여부를 잘 살피셔서 문제를 풀어나가시는 것이 좋다.
무스를 잔뜩 발라 뾰족하게 세운 머리나 진한 화장과 치장을 한 겉으로는 ‘멋져’(cool)해 보이는 자녀들의 속마음은 아직도 여린, 어른들의 지도를 기다리는 아이임을 기억하시고 자녀들의 말투와 행동 뒤에 숨어있는 자녀의 ‘목소리’를 꼭 들으셔서 자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시기 바란다.
마가렛 김<케네디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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