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조포도 대풍

2002-09-27 (금)
크게 작게

▶ 작년 수확 웃돌아 오히려 재배농 울상

금년도 캘리포니아의 포도작황은 어느해보다도 좋다. 그런데 포도풍년 때문에 재배 농가들과 와이너리들은 오히려 수심에 차 있다. 경제가 좋지 않아 와인수요 또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과잉은 곧 가격 하락 압력을 뜻하기 때문이다.
주정부에 따르면 금년도 캘리포니아의 양조용 포도생산량은 지금까지 기록이었던 2000년의 330만톤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가주의 와인카운티인 나파와 소노마, 멘도시노, 레이크등 4개카운티의 포도수확량은 40만3,000톤으로 지난해보다 5%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워낙 재배 면적이 넓은데다 봄과 여름 기후가 좋았고 수확철인 가을 날씨도 완벽해 기록적인 수확량이 예상되지만 재배농과 와이너리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그나마 여름에 ‘그린 하베스트’라고 해서 익지도 않은 포도를 미리 수확해버려 생산량이 이 정도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양은 더 엄청났을 것이다. 재배농들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줄여야 포도의 질이 좋아져 와인맛도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톤당으로 계산되는 포도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 하다.
유명 와이너리들은 판매부진으로 와인 재고가 늘자 재배농들에게 생산량을 줄이고 대신 포도의 질을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재배농은 예년같으면 포도작황이 좋으면 “올해는 돈 좀 만지겠구나”하며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수확량을 줄이는데 돈 들어가게 생겼네”하며 오히려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와이너리와 재배농들은 고민하지만 포도풍년이 와인애호가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수 없다. 올 작황으로 볼 때 와이너리들은 와인가격을 낮추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질 좋은 2002 빈티지 와인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즐길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윤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