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담백한 맛-분위기 있는 한끼의 만족감

2002-08-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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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외식

프랑스에서는 아침에 빵을 사고 저녁 식탁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이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채색된다. 물론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게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짧은 경험이라 더욱 그렇겠지. 하지만 벌써 5년째 프랑스에 살고 있는 친구가 아침에 신선한 빵 냄새를 맡을 때마다, 저녁에 어떤 와인을 마실까 즐거운 고민을 할 때마다 삶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프랑스에서의 일상들은 에트랑제의 감수성에만 와 닿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스튜디오 시티의 ‘비 드 프랑스’(Vie De France, 프랑스에서의 삶이라는 뜻)에서는 와인처럼 영롱한 프랑스에서의 일상이 만져진다. 오전 8시30분부터 구워내는 크롸상과 빵의 신선한 내음, 직접 원두를 볶아 끓인 커피 향기는 아침이라는 시간을 축복해 준다. 와플과 팬케이크, 오믈렛으로 시작하는 아침은 프랑스 남부 시골마을에서처럼 평화가 넘친다.

밀가루 전병을 얇게 부쳐 여러 재료를 넣은 크레페(Crepe)는 항상 우리들의 기억을 센느 강변, 미라보 다리 위로 이끈다. 닭고기와 버섯, 시금치 크레페도 좋지만 갖은 해산물을 넣은 부에야베스 크레페는 한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파테, 크렙 케이크, 양고기 등 가운데 끼워 넣은 재료가 이국적이다 보니 별다를 것도 없는 샌드위치가 근사한 메뉴로 신분 상승한다. 달걀을 케이크처럼 준비한 키세(Quiche)도 베이컨 맛, 시금치 맛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달팽이 요리(Escargot), 훈제 연어(Salmon Roulade)로 입맛을 돋구고 난 후에는 노르망디, 보졸레, 샹파뉴 등 이국적인 이름의 파스타도 좋고 디종 머스타드 소스로 요리한 광어(Halibut Dijonaise), 해산물을 푸짐하게 넣은 Fruit de Mar도 만족스럽다.

저녁 시간 비 드 프랑스 입구는 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 환하게 밝혀진 삼색기, 페리오를 밝히는 전구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의 조화가 눈부시다. 입구 진열장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케이크와 빵들이 유혹적이고 시골 마을의 다이닝룸처럼 질박한 느낌의 테이블과 캔버스를 씌운 샹들리에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벽 한쪽 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거울 앞에 서니 베르사이유궁 거울의 방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던 마리 앙뜨와네트가 된 기분이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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