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0가지 ‘이삔료리’ 미각을 부른다

2002-08-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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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외식

▶ 유럽풍 아시아 요리전문 ‘마코’

여러 식당 다녀본 당신은 어느 곳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식당은 일단 음식이 맛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코 (Mako)의 맛깔스런 요리를 떠올릴 때면 행복감으로 결코 크지 않은 입은 함지박이 된다. 시노아 온 메인(Chiois On Main), 스파고 (Spago) 등 유명 레스토랑에서 그 뛰어난 감각으로 수많은 미식가를 사로잡았던 마코토 다나까 (Makoto Tanaka)가 베버리힐스에 그의 애칭을 딴 마코를 오픈한지도 벌써 3년째.

동양적 색채가 폴폴 풍기는 천이 드리워진 천장은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처음 만났던 배의 돛인 양 한껏 부풀어 있고 호리병 모양의 전등이 발하는 빛이 프랑스 영화, 베티 블루 (Betty Blue)처럼 깊고 푸르다. 다이닝 공간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은 늘 분주하지만 자기 하는 일을 사랑하는 마코를 사령관으로 한 스텝들이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가끔씩 그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음식 맛을 묻기도 한다.

마코의 메뉴에는 전채와 메인 디시의 구분이 따로 없다. 손님들이 배부르지 않게 더 여러 가지 요리를 맛보기 원하는 그가 모든 메뉴를 맛보기 양으로 준비한 이삔료리(일품요리)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 와인 저장고에 마련돼 있는 60여 종류의 와인과 사케는 이 좋은 요리를 더욱 맛있게 한다.


40가지 메뉴 어느 것 하나 맛있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즐기는 메뉴를 몇 가지 소개할까. 크랩 소스와 해산물, 버섯, 김으로 조리한 시푸드 리조또(Seafood Risotto)는 동양적이며 세련되고 미묘한 맛이 거의 환상적이다. 마코 스타일 사이쿄(Mako Style Siakyo)는 도미를 폰주 소스로 달짝지근하게 졸인 것.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에도 맛깔스럽고 물기 가득한 생선살의 감촉이 쫄깃하다. 가재 요리(Half Moon Lobster)는 먹기 편하게 발라낸 가재에 코코넛 사프론 커리 소스로 맛을 낸 앤젤 헤어 파스타를 곁들였는데 도대체 그 비법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우니를 얹은 조갯살 요리 (Diver Scallops)에서는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필레 미뇽 (Filet Mignon)은 시금치와 감자 퓨레를 보기 좋게 배열했는데 야들야들한 육질이 달짝지근한 사께 소이 소스로 조리된 것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고급 요리 소재인 거위간을 살짝 익혀 중국 과일인 리치로 맛과 향을 낸 프와 그라(Foie Gras)는 그 오묘한 조화에 양귀비도 반할 것 같다. 타고난 탁월한 미각에 더해 동서양의 소재를 자유자재로 배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한 마코의 요리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투란도트를 떠올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종류: 유럽 풍 아시아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수-금, 11시 30분-2시, 디너는 월-토, 6-10시.
▲ 가격: 모두 Tasting Menu로 4-15달러.
▲주소: 225 S. Beverly Dr. Beverly Hills, CA 90212 Wilshire Bl.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베버리 힐스의 Beverly Dr.를 만나 좌회전해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다.
▲전화: (310) 288-8338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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