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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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한결같은 맛-서비스

2002-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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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외식

▶ 베벌리힐스 로우리스 프라임 립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친척들을 모시고 갈 식당 하면 꼭 꼽게 되는 로우리스 프라임 립 (Lawry’s Prime Rib). 메뉴라고는 프라임 립 하나밖에 없고 가격도 만만치 않건만 항상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38년 베벌리힐스에 문을 연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성공의 요인은 단 하나, 한결같은 맛과 서비스에 있다.


정교회 성당처럼 동그란 돔 형식의 지붕 아래에는 벽마다 박물관 수준의 그림들이 걸려있다. 르네상스 시대 유럽 귀족들의 초상화, 평화로운 풍경의 벽걸이 융단도 보기 좋다.

풀을 먹여 빳빳한 머리 수건을 쓰고 커다란 리본을 정갈하게 묶은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자기를 소개한다. “오늘 밤 당신을 모시게 될 지나 후에르타 (Gina Huerta)입니다.” 그녀가 로우리스에서 일한 지도 4년 반이 됐다고. “오래 되셨네요.”란 손님들의 감탄에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웨이트리스들의 대모 격인 미세스 페터손 (Mrs. Fetherson)은 올해로 37년째 근무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녀는 드레싱을 높이 들고 커다란 볼을 팽팽 돌려가며 거룩한 의식을 치르듯, 공연을 펼치듯, 샐러드를 눈앞에서 무쳐준다. 고작 체리 토마토, 양상추, 시금치, 비트, 빵 조각을 버무린 샐러드지만 새콤한 드레싱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테이블 위에 포크와 나이프가 있건만 굳이 차가운 샐러드 포크를 따로 준비해 주는 세심함. 잘 되는 집에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샐러드를 먹고 나니 이번에는 번쩍거리는 커다란 카트를 끌고 요리사가 다가온다. 그들이 그리스 정교회 사제들과 똑같은 모양의 모자를 쓰고 칼을 놀려가며 고기를 써는 모습은 거의 예술에 가깝다.

2주 코스의 Carving Training을 마치고 난 뒤 충분한 경력을 쌓은 이들에게만 주어진다는 황금 메달이 빨간색 벨벳에 연결되어 유난히 반짝거린다.
프라임 립의 커트 가운데 가장 양이 적은 것은 캘리포니아 커트. 잉글리쉬 커트는 작게 자른 세 조각을 준비해 준다.

로우리스 커트는 보통 사람들도 배부를 정도의 양이고 비프 볼 커트 (Beef Bowl Cut)는 운동량 많은 로즈 볼 풋볼 선수들도 먹고 남길 만큼 큰 고깃덩이를 안겨준다. 입에서 살살 녹는 프라임 립은 말할 필요도 없이 최상의 수준. 매콤한 호스래디쉬에 찍어먹으면 금상첨화다.

요즘 로우리스에서는 연어를 비롯한 생선 요리와 가재 구이도 준비하고 있다.
어린아이 머리만 한 크기의 감자(Lawry’s Baked Idaho Potato)는 아이다호에서 가져온 것. 고기 양만으로도 배가 부르지만 부드러운 맛의 크림 시금치, 크림 옥수수는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 파더스 데이에 아버지를 모셔 가면 좋아하실 것 같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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