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료 듬뿍친 건강식 분위기로 ‘제2의맛’

2002-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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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외식

헤르만 헷세의 작품 ‘싯달타’에는 고오다마 붓다가 음식을 동냥한 후 제자들과 함께 공양을 드렸던 장면이 아름답게 묘사돼 있다. "그가 새도 배부르지 않을 정도로 적게 먹고는 망고나무 그늘로 돌아가 명상에 들었다." 작은 양의 음식을 대상과 일체가 되도록 마음을 다해 충분히 느끼며 먹었다는 구절은 모든 수행자들의 귀감이 되어준다.

이번 주 일요일은 석가탄신일. 붓다처럼 먹지는 못할 지라도 그의 수행지인 인도의 음식을 맛보는 건 어떨까. 일렉트릭 로터스(Electric Lotus)의 주인인 바바 지(Baba G)는 달라이라마가 살고 있는 다람살라의 사원에서 주방장을 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모가 티벳 불교신자였던 까닭에 아홉 살 나이에 승려가 되기 위해 사원에 보내졌던 그는 열 아홉이 될 때까지 달라이라마를 위해 요리를 하는 공양주 노릇을 했었다. 다람살라의 사원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라마의 숫자만도 25명이나 된다고 한다. 채식주의자로만 알았는데 달라이라마는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드신다고.

그가 수도원을 떠난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바바는 자신의 식당, 일렉트릭 로터스에서 인디언 음악을 직접 트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은 하우스 오브 블루스에서 인디언 테크노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실내는 천지가 공임을 깨달은 붓다의 미소가 아름다운 불상, 힌두교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코끼리 형상의 가네시 등 텅 빈 인도를 느낄 수 있는 공예품들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힘의 여신 타라의 보라색 대형 벽화가 인상적인 패리오에는 연꽃의 여신과 붓다의 손바닥, 그리고 깨달음의 만트라, ‘옴’자도 함께 그려 놓았고 인도 여인들이 몸에 두르고 다니는 화려한 색깔의 사리도 걸려 있다.


그는 음식에 첨가하는 향료를 약이라 얘기한다. 같은 새우 튀김(Shrimp Pakaras)이라도 인도 스타일이라 왠지 색다른 맛이다. 양파와 마늘, 토마토를 넣어 조리한 가지 요리 (Bertha)를 난(Naan) 브레드에 찍어 먹다 보면 건강을 위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는 것으로만 여겼던 야채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는 거구나 싶어진다. 다양한 두부 요리 가운데 향료를 듬뿍 넣은 두부(Tofu Tikka Masala)는 순두부, 두부 조림 등 두부 요리 꽤 먹어봤던 우리들에게도 새롭다. 마살라 소스로 요리한 새우(Shrimp Tikka Masala)는 소스가 하도 맛있어 수프처럼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믹 재거, 링고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스타들이 단골인 일렉트릭 로터스는 미국을 찾은 라마들이 꼭 들려 가는 명소이기도 하다.
▲종류: 인도 요리 ▲오픈 시간: 일-목요일은 오후 6시-10시 30분, 금·토요일은 11시까지. ▲가격: 2-12달러. ▲주소: 8222 1/2 Third St. 3가 선상, 패어팩스와 라시에네가 사이. ▲예약 전화: (323) 653-2121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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