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측에서 조직한 2박3일의 ‘Astro Camp’를 보내고 처음으로 집을 떠나 보내는 부모라 걱정을 심하게 한 나머지 몸이 아파 아들이 집에 무사히 도착하는 날까지 앓아 누웠던 적이 있었다. 자신의 용돈으로 동생의 선물까지 사오며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무사히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괜한 걱정을 한 것을 후회한 기억이 있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자녀를 대학에 멀리 보내야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필자가 단기 캠프에 아들을 보냈던 것과 비교도 안될 만큼 불안하고 걱정이 앞설 것이다. 직접 통계를 내거나 어떤 보고서를 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9·11 사건의 후유증처럼 우리 학교 올해 졸업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집을 멀리 떠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여러 개의 아이비리그 학교들을 포함해 17개의 명문대에서 입학 허가서와 장학금 제안을 받은 M이란 학생도 며칠 전까지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UCLA를 선택하겠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었다(물론 필자의 모교인 UCLA가 명문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M이란 학생은 여러 교사들의 설득으로 예일대학에 입학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이렇게 M학생처럼 웰슬리(Wellesley) 대학이나 UC버클리, 혹은 코넬대학 등의 학교로부터 입학 허가서가 왔어도 집에서 통학하기를 원해 집 근처 대학을 선택한 경우가 올해 특히 많은 것 같다.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전진하지만 막상 수백, 수천 마일 멀리 떨어진 학교에 보내는 부모님의 마음, 그리고 집 떠나는 자녀의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무거울 것이다. 한편 집 근처의 학교를 선택하고 집에서 통학하는 것을 선호하는 올해의 분위기에 관계없이 컬럼비아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게 돼 기뻐하는 학생과 UC버클리에 입학하기로 주저하지 않고 결정한 학생들과 대화를 잠깐 나누어 보니 몇 가지 공통된 점이 있었다.
먼저 그들의 외향적인 성격과 리더십 능력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여러 기관의 임원에다 친구들도 많고 자신의 의견을 서슴지 않고 똑똑히 발표하는 능력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두려움보다 훨씬 더 크고 자신도 있어 보였다.
둘째, 그들은 모두 신앙심이 두터운 크리스천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신앙심이 새로운 곳으로 가는 두려움을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한 것 같다. 또한 교회나 성당에서 청소년 캠프 등을 자주 다녀보아 집을 떠나 안전하고 즐거운 생활을 접해 본 경험이 도움이 된 것도 같다.
셋째, 각자 나름대로 선호하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이 있다. 물론 뛰어난 성적 외에 축구 실력도 탁월해 컬럼비아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는 C라는 학생은 수천 마일 떨어진 곳으로 가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으며 대신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기대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넷째, 가족과 캘리포니아주를 벗어나 다른 주로 여행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다. 미국은 워낙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각 주, 각 지방마다 특색이 아주 다양하며 여행을 다녀온 이들 학생들은 모두 다른 주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이 남아있어 다른 주에 있는 학교 입학 결정에 두려움 없이 임한 것 같다.
굳이 다른 주가 아니더라도 대학에 입학하는 것 자체가 자녀가 성장해 집을 떠날 때가 된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볼 때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은 뿌듯함과 서글픔 등으로 뒤섞인 감정(mixed emotion)을 경험하실 것이다.
어느 대학에 가든지 자녀의 마음이 편해야 한다고 본다. 아주 내성적이고 아직 집을 멀리 떠날 준비가 안된 학생을 억지로 멀리 보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지적, 감성적(emotional) 능력이 있는 학생의 경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주위에서 격려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