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게라게차

2002-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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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전통맛집

▶ 푸짐한 ‘와하까 요리’...맛-인심도 한국적

싱꼬 데 마요를 앞두고 마르타 라라(Martha Lara) 멕시코 총영사로부터 전통적인 멕시코 식당을 소개받을 수 있었던 건 새로운 눈뜸이었다. 2001년 2월 1일, LA로 발령을 받은 그녀는 멕시코에서 100년만의 첫 여성 연방 상원 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인물. 총영사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가 고향의 먹거리가 그리울 때 찾는 곳은 게라게차(Guelaguetza) 레스토랑이다. 분명 올베라 스트릿 한 가운데 있겠거니 생각을 하고 위치를 물었더니 한인타운 한복판 예전의 궁전 뷔페 자리를 알려주는 게 아닌가.

2년 전 이 자리를 인수해 게라게차로 새 단장을 한 마리아와 페르난도(Fernando & Maria Lopez)는 그들이 꿈에도 그리는 아름다운 고향 와하까(Oaxaca) 지방의 요리를 선보인다는 사실에 긍지를 갖고 있다. 남부에 위치한 와하까 지방은 독특하고 다양한 소재를 이용, 정원에서 키운 향초를 듬뿍 넣어 조리해 아주 특별한 향을 지닌 요리로 유명하다.

오늘의 오찬은 모듬 전채 요리(Botana Oaxaquena, 메뉴 27번)로 시작했다. 와하까 지방에서 직수입한 스트링 치즈(Medio Quesillo), 빈대떡처럼 도톰하게 부친 메멜라(Memelas), 매콤한 멕시코 소시지(Chorizo),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쇠고기 스테이크(Tazajo)와 돼지고기 구이 (Cesina), 속을 채운 고추 튀김 (Chile Relleno), 고소하게 튀긴 돼지 갈비(Costilla Frita)에 샐러드에 구아카몰레까지 말 그대로 보트 마냥 푸짐하게 한 상 나온다.

우아한 외모의 마르타 라라 총영사가 게라게차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뜻밖에도 메뚜기 요리(Orden De Chapulines, 메뉴 23번). 우리도 예전에 논두렁에서 잡아 볶아 먹었던 메뚜기 요리를 즐긴다니 다른 대륙, 다른 문화권에서 온 그녀가 갑작스레 가깝게 느껴진다. 또띠야에 구아카몰레를 바른 뒤 메뚜기 볶음을 놓고 돌돌 말아 직접 건네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상추쌈에 고기 한 조각이라도 더 얹어 먹이려던 자상한 한국 어머니들의 내리 사랑을 읽게 된다.


칠리 소스로 맛을 낸 돼지 갈비 (Costilla De Puerco Enchilado, 메뉴 35번)는 고대로 한국 식당에서 먹었더라면 멕시코 요리인 줄 모를 만큼 한국적이다. 쇠고기에 각종 야채를 더한 선인장 볶음 요리(Nopal Zapotteco, 메뉴 38번)는 이색적인 소재만큼 맛도 새롭다. 마늘과 고추로 볶은 새우 요리 (Camarones Al Mojo De Ajo, 메뉴 81번),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긴 생선 요리 (Hua Chinango Dorado, 메뉴 84번), 해장국만큼 시원한 해물 수프(Sopa De Mariscos, 메뉴 73번) 등 해물 요리도 아주 맛있다. 100번이 넘어가는 다양한 요리를 다 먹어보려면 1년은 족히 걸린다는 총영사의 말이 무리도 아닌 것 같다.

식당 한쪽의 무대에서는 주말 밤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아름다운 시뇨리타들이 원색의 치마를 펄럭이며 멕시코의 전통 춤을 보여준다(토, 일요일 7-10시). 벽에는 와하까의 오래된 성당 사진이 도배돼 있고 마리아치들이 들려주는 ‘베사메무초’가 귓가에 울려 퍼져 마음은 이미 멕시코의 조용한 마을로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다. 라이브 뮤직은 목-일요일 저녁 7시-10시에 공연된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쯤은 게라게차를 찾는 마르타 라라 총영사는 오는 11월 3-5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게 되는 Expo Comida Latina에 많은 한인들이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종류: 멕시코 특히 와하까 지방의 요리 ▲오픈 시간: 주 7일 오전 9시-10시. ▲가격: 2-12달러. ▲주소: 3014 W. Olympic Bl. 올림픽과 Irolo 코너, 옛 궁전 뷔페 자리 ▲예약 전화:(213) 427-0608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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