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렌지 소스로 만든 조갯살맛 일품

2002-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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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외식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은 나이 많은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에게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는 아들에게 "프로방스, 네 고향의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을 잊었단 말인가?" 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프로방스! 코테 다쥐르를 따라 펼쳐지는 눈부신 바닷가, 아름드리 나무가 평화로운 그늘을 드리우는 그곳을 세잔느, 피카소, 샤갈은 제2의 집으로 삼고 화폭에 옮기기도 했었다. 이탈리아와 가깝고 해산물이 풍부해 그 맛이 담백한 프로방스 음식은 프랑스 요리 가운데서도 단연 최고로 칠 만 하다.

외국인들이 잘 가는 한국 식당과 우리들이 잘 가는 한식집이 다른 것처럼 LA에도 프랑스 인들이 즐겨 찾는 원조 프랑스 식당은 따로 있다. 프랑스 친구의 소개로 발을 들여놓게 된 파스티스(Pastis, 프로방스 지방 사람들이 식전에 즐겨 마시는 음료의 이름)는 마르세이유 지방에서 맛보았던 황홀하리만큼 맛깔스런 프랑스 음식을 향유하고 싶을 때 발길이 옮겨지는 곳이다.


LA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은 다 이리고 오나 싶을 정도로 프랑스어가 귀에 흔하게 들리는 파스티스의 실내는 "별"을 썼던 알퐁스 도데의 축제 포스터를 비롯한 그림과 사진들을 프랑스인 특유의 미적 감각으로 배치했다. "봉 쥬르!, 봉 스와르!" 하며 인사를 건네 오는 가르송들의 미소에서도 프랑스 향수 같은 은은한 향기가 전해진다.

파슬리와 구운 마늘, 스페인 식 햄으로 조리한 개구리 뒷다리(Cuisses de Grenouille) 요리는 소재의 특이함만큼 맛도 독특하고 양젖 치즈를 얹은 패스트리를 씁쓸한 맛이 감도는 아루골라와 함께 내 온 전채(Tarte de Fromage de Chevre)는 혀에 부드럽게 닿는다.

산타바바라에서 매일 들여오는 홍합으로 요리한 물 마리니에르(Moules Marinieres)를 바게트로 접시 바닥에 이르기까지 국물을 찍어먹고 있자니 주인 미셸(Michelle)이 프랑스 사람보다 더 프랑스식으로 먹는다며 좋아한다. 오렌지 소스로 요리한 조갯살(Coquilles St. Jacques)은 담백하고 깔끔하며, 갈비찜만큼 흐물흐물하게 익힌 쇠고기(Travers de Boeuf)는 위에 얹은 앤초비 버터 맛과의 조화가 기막히다.

▲종류: 프랑스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 11시 30분 - 2시. 디너는 월-목요일은 저녁 6-10시, 금·토요일은 11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 30분-9시 30분까지. ▲가격: 전채 요리가 6-11달러, 메인 디쉬는 17-20달러. ▲주소: 8114 Beverly Bl. Los Angeles, CA 90048 Beverly 길을 타고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Crescent Heights를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예약 전화:(323) 655-8822<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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