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시앤 칩 곁들여 흑맥주 ‘기네스’ 한잔

2002-03-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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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외식

▶ 오브라이언스 아이리시 펍 앤 레스토랑

17일은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인 세인트 패트릭스의 축일. 달 자체를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사로잡히는 중생들에게 샴록 잎을 들어 삼위일체의 오묘한 진리를 가르쳤다는 성인이다. 평소라면 음식 맛 나쁘기로 악명 높은 아이리시 펍에 갈 이유가 전혀 없지만 세인트 패트릭스 축일을 맞아 부어라 마셔라 밤늦도록 파티를 열고 있는 아이리쉬 펍에서 피쉬앤칩스를 안주 삼아 초록색 맥주를 마시고 리버댄스를 추어보는 것도 색다른 문화 체험이 되지 않을까.

아일랜드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아이리쉬 펍이 LA에도 꽤 된다. 교회보다 펍이 더 중요한 공동체의 중심지가 되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기질 때문일 게다. 샌타모니카의 오브라이언스 아이리시 펍 앤 레스토랑(O’Brien’s Irish Pub & Restaurant)은 기네스 맥주 맛 좋기로, 그리고 음식 맛 괜찮기로 꽤 명성이 높은 곳이다. 손에 맥주 잔을 든 젊은이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있는 실내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 정겹게 다가온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술이 약하지만 한약처럼 까만 색의 기네스를 한 파인트 시킨다. 과연 기네스 맥주에 가장 적합한 온도로 맥주 맛이 최고이다. 기네스와 하프 맥주가 반반씩 섞인 해프앤해프(Half & Half)는 희한하게도 맥주의 알코올 농도가 달라 같은 잔에 따라도 줄을 그어 놓은 듯, 술이 섞이지 않는다.


주인 윌리엄 오브라이언(William O’Brien)의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맛 그대로의 아일랜드 식 스튜, 이색적인 양치기 파이(Shepherd’s Pie), 어부 파이(Fisherman’s Pie)도 맛있지만 이 집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피쉬앤칩(Fish & Chips). 영국의 탄산 음료인 앨을 섞어 만든 튀김옷을 대구 살에 묻혀 튀겨낸 것인데 껍데기는 바삭하고 생선살은 아주 부드럽다. 두껍게 튀겨낸 프렌치 프라이 역시 안은 말랑말랑, 뜨거운 것이 맥도널드 프렌치 프라이와는 영 딴판이다. 값비싼 아일랜드 식 소시지를 구할 수 없어 뉴욕에 살던 아일랜드 사람들이 아쉬운 데로 콘비프를 이용해 개발한 콘비프와 양배추(Corn Beef and Cabbage)는 겨자 소스에 싸 먹는 맛이 쌈 밥 못지 않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젊은이들이 기네스 잔에다 위스키 잔과 베일리즈 잔을 떨어뜨려 폭탄주를 만들어 원 샷에 마시는 모습이 어딘지 친근하다. 한국인을 동양의 아일랜드 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매일 밤 생음악이 연주되며 조용한 정원의 좌석도 있다.

▲종류: 아일랜드 식당 겸 펍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11시- 새벽 2시
▲가격: 전채는 6-7달러, 메인 디쉬는 9-17달러
▲주소: 2226 Wilshire Bl. Santa Monica, CA 90406 (10번 W. →Cloverfield Bl. 우회전→26th St. 우회전→Wilshire Bl. 좌회전)
▲예약 전화: (310) 829-5303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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