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브향 달팽이 요리 입맛 유혹

2002-03-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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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외식

미스트랄(Mistral). 시베리아 대륙으로부터 시작돼 프랑스 남부를 벌집 쑤시듯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의 이름치고는 발음할 때 입술을 스치는 감촉이 지나치게 관능적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칠레 여류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의 성과 철자가 같다는 이유도 셔먼 옥스에 위치한 프랑스 식당 미스트랄에서의 식사를 더욱 낭만적인 경험으로 기대하게 만든다.

파리의 비스트로처럼 높은 천장에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첫 장면에 나왔던 것 같은 샹들리에가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발한다. 친절한 미소로 다가온 책임 매니저(Maitre D’) 라울. 작품 속에서 크리스틴을 사랑했던 남자와 같은 이름을 대면하자니 기분이 묘하다. 게티 센터 서관에서 인상파 화가의 방 한 벽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제임스 앙소르와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이 연출하는 실내는 탐스러운 장미 부케와 함께 액센트가 있어 좋다.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생멸하는 벤추라 길에서 14년의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뛰어난 음식 맛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 귀여운 여인 비비안이 에드워드와의 데이트 때 고급 식당에 가서 먹는 방법을 몰라 당혹스러워 했던 브루고뉴 스타일의 달팽이 요리(Escargots a La Bourguignone). 프랑스 사람들처럼 우아하게 집게를 이용하려니 쉽지 않다. 결국 맨손으로 붙잡고 포크로 빼먹는다. 흠뻑 녹아든 버터와 허브 향이 부드럽다. 인어공주의 가슴을 가리던 조가비 껍질에 얹은 튜나 타르타르(Tuna Tartar)는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때로는 음식 맛보다 그릇이 중요해질 수 있음을 체험한다.


노란색 사프론 소스로 맛을 내 자잘한 조개와 함께 늘어놓은 아구 요리(Eastern Monkfish)는 마산 아구찜보다 더 쫄깃쫄깃하다. 페퍼콘 소스를 이용한 뉴욕 스테이크 오 파브르 (New York Steak Au Poivre)는 USDA 프라임 최상품의 고기로 조리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마늘, 파슬리 버터로 맛을 낸 것, 양파로 맛을 낸 것 등 선택이 다양해 더욱 좋다.

위 부분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것을 숟가락으로 톡톡 쳐가며 위핑 크림과 함께 섞어 먹는 그랑 마니에 수플레 (Grand Marnier Souffle)의 맛이란. 그랑 마니에의 오렌지 향이 싱그럽고 달콤하다. 구울 때 시간이 좀 걸리는 후식이니 메인 디시와 함께 미리 주문해 놓으시길.

▲종류: 프랑스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 12시부터 2시 30분 사이. 디너는 주7일 5시-9시 30분까지. ▲가격: 전채 요리는 7-14달러, 메인 디시는 15-33달러. ▲주소: 13422 Ventura Bl. Sherman Oaks, CA 91423 (101번 N. → Woodman Ave. 출구에서 좌회전 → Ventura Bl.에서 좌회전해 가다보면 Dixie Canyon Ave. 바로 못미쳐 오른쪽으로 발레 파킹이 나온다.) ▲예약 전화: (818) 981-6650<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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