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레이-중국 혼합요리 전문 ‘노냐’

2001-1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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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외식

▶ "랍스터 요리 드실땐 체면은 접어두세요"

패사디나에 새롭게 문을 연 노냐 (Nonya)에서의 하룻저녁 식사는 진귀한 맛을 찾아 떠난 오디세이로 기억된다. 노냐란 15세기 싱가포르 지역에 이주했던 중국 남자들이 그 지역에 살고있던 말레이 여인들과의 결혼으로 창출해 낸 요리와 문화를 일컫는 말. 이들 가운데 여자를 ‘노냐’라 불렀고 남자들을 ‘바바’라 했다나.

아이 낳는 것만 빼고 모든 집안 살림을 다 해준다는 중국 남자들. 요리하기는 또 얼마나 즐겨하는가. 말레이 여인들을 아내로 맞은 그들이 ‘당신은 부엌일 하지 않아도 돼.’ 하며 앞치마 두르고 오물딱조물딱 거리다 보니 이처럼 혀를 녹이는 진미, 노냐 요리가 탄생된 것이다. 타마린드, 레몬그래스, 캔들넛 등 듣도 보도 못한 그 지방 특유의 허브가 더해진데다가 맛에 대한 감각을 타고 난 중국 남자들의 손이 닿았을 때 닭고기, 소고기, 해산물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소재들은 전혀 다른 맛과 향으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좋은 노냐 요리를 그 동안 즐길 수 없었던 몇 가지 이유. 준비하는 데 상당히 시간과 손이 많이 가다 보니 효율성을 생명으로 하는 식당 메뉴로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노냐 요리는 인도네시아, 인디아, 타이, 말레이, 중국 등 동양 여러 나라의 이국적인 맛들이 모두 복잡하게 영향을 끼쳤는데 이로 인해 노냐 요리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사가 드물다. 부자들의 결혼식이나 생일 등 잔치 상을 차리기 위해 고용한 요리사들에 의해 전수되어 오던 노냐 요리는 오늘날까지 겨우 힘들게 그 명맥을 이어왔지만 그들의 옷이며 생활의 발자취는 박물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연어와 옥수수로 만든 고로께 (Bergadil Ikan Jagong), 망고와 광어를 레몬 그래스 라임 식초 드레싱으로 무쳐 낸 샐러드인 망가 이칸 (Mangga Ikan) 등 좀 튄다는 퓨전 프랑스 요리사들이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만들어내지 못할 독특한 요리를 맛보자니 남편이 해다 주는 맛있는 음식 먹으며 행복해 했을 말레이 여인이 된 것 같은 기쁨에 빠져든다. 호박과 카레로 만든 수프는 위에 고명으로 뿌린 아몬드 조각이 고소하게 씹힌다.

해산물 메인 디쉬 가운데 맛을 본 두 가지 요리가 모두 양손을 높이 치켜들며 칭찬할 만큼 훌륭하다. 생강과 샬롯, 간장으로 조리한 바다 농어 (Ikan Kecp)는 중국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여전히 독특했고 갖은 양념으로 가재 한 마리를 푸짐하게 요리한 Lobster Selash는 체면 모두 내려놓고 손을 쪽쪽 빨아가며 혀에 감겨드는 맛을 향유했다. 자스민 향과 바나나 향이 가미된 밥이 따라 나오지만 노냐 볶음밥 (Nonya Fried Rice)을 따로 맛보길. 중국식 햄이 들어가 아주 특이하다. 아참, 우리 식 팥 빙수를 연상시키는 아이스 가자트 (Ice Gajat)와 리치를 안에 넣은 팬케이크 (Lempeng Buab Isi Lychee)도 빠트릴 수 없는 후식. 음식과 꼭 맞아떨어지는 도드 미셸의 세련된 인테리어가 노냐에서의 저녁 식사를 기억될 만한 추억으로 만들어준다.

▲종류: 노냐 (말레이와 중국 요리의 결합) 요리
▲오픈 시간: 런치, 11시부터 2시 30분 사이. 디너, 일-목요일은 5시부터 10시까지, 금, 토요일은 11시까지.
▲가격 : 전채 요리는 6-8달러, 메인 디시는 9-20달러.
▲주소: 61 N. Raymond Pasadena, CA 91103 (110번 N. → Arroyo Parkway → Colorado에서 좌회전, Raymond에서 우회전하다 보면 Union과 만나는 지점, 왼쪽으로 발레 파킹이 나온다.
▲예약 전화: (626) 583-8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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