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난 요리전문 별난식당 타이푼

2001-10-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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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외식

타이푼(Typoon)은 샌타모니카 공항 근처의 전망 좋은 여러 식당 가운데에서도 멋진 빌딩과 독특한 메뉴로 참 많이 튀는 곳이다. 20대에 록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했던 주인 브라이언 비도르(Brian Vidor)는 동물 운송업에 몸담기도 한 다양한 인생의 소유자. 그는 서울 랜드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서 2년 남짓한 기간을 살았다. 이때 본고장에서 맛보았던 매콤한 한국 요리는 그의 요리에 대한 열정에 불을 붙여 주었다.

이후에도 그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며 그 이국적인 맛에 반해 팬아시아(Pan-Asian) 요리를 선보이는 타이푼을 열게 됐다. 태국, 미얀마,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한국의 요리를 한 곳에 모아놓은 타이푼에서의 식사는 아시아 대륙에서 벌어지는 맛의 축제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채 요리 가운데 김치(Kim-Chee)가 있었다. "너희가 김치를 아느냐." 싶어 시켜보니 중국 집 마냥 양배추 김치. 그래도 샌타모니카의 고급 식당에서 이국적인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김치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육개장(Yukkae-Jang)은 맵다는 것을 경고하는 별표가 세 개 붙어있는데 본래의 육개장 맛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징어 찌개에 소고기를 넣은 듯, 독특한 게 제법 한국의 맛을 내고 있어 기특하다.


그 외의 메뉴들이야 다른 중국식당과 타이 식당에서 접해봤을 만한 것들이지만 타이푼 아니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요리들도 있다. 세상에 진귀한 음식, 많이 먹어봤지만 타이푼의 메뉴만큼 요상한 것은 이제까지 본 일이 없다. 귀뚜라미, 전갈 등 여성들이 "아이, 징그러워!"하며 눈길을 돌릴만한 소재들을 쓴 요리들이 버젓이 메뉴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특히 핼로윈 데이인 10월31일에는 중국과 타일랜드에서 막 도착한 재료로 만든 개미 알 샐러드 등 진귀한 먹거리를 선보인다.

새우 토스트에 붙인 전갈 요리(Scorpions on Shrimp Toast)는 독자들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시식해 봤는데 육질이 새우보다 좀 더 질긴 것이 감칠맛마저 느껴진다. 타이완 식으로 마늘, 고추, 베이즐, 감자 채 친 것과 함께 볶은 귀뚜라미 요리(Crickets)는 어렸을 적, 논두렁에서 잡아 볶아먹었던 메뚜기의 고소한 맛을 추억하게 한다.

바다 벌레(White Sea Worms)는 꼭 다랭이포 맛인데 시금치 잎에다 생강, 고추, 땅콩, 라임을 얹고 타마린 소스를 찍어 먹는 것이 흥미롭다. 예전에 시골 논밭에서 다 잡아먹던 것들이다. 타이 스타일로 튀긴 개구리 다리 요리도 이상하다고 고개 돌리지 말고 시식해 보시길.

▲종류: 아시아 요리
▲가격: 전채 요리는 2~11달러, 메인 디시는 7~20달러.
▲드레스 코드: 세미 캐주얼
▲주소: 3221 Donald Douglas Loop South, Santa Monica 10번 W. → Bundy South에서 내려 우회전 → Airport Ave.에서 우회전 → 첫 번째 Stop 사인인 Donald Douglas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예약전화: (310)390-6565


<박지윤 객원기자> 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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