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식당 유진 캥스

2001-10-12 (금)
크게 작게

▶ 주말외식

▶ 다양한 만두속 해산물 딤섬 특미

요순시대의 평화를 상징하는 말로 ‘함포고복’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포만감에 젖어 누워 배를 두드리는 그들에겐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할 바 아니었고 그들의 황제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관심 밖의 일이었다. 나라 안팎이 어지러운 요즘, 이렇게 행복했던 이들은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궁금해진다.

식당 비평가들이 최고의 맛과 분위기의 식당을 선정할 때 빠지지 않는 중국 식당 유진 캥스 (Yujean Kang’s). 넉넉해 보이는 체구의 유진 캥은 패사디나 본점과 베버리 힐스 분점 두 개를 운영하는 주인이지만 아직도 주방에서 직접 요리하기를 즐기는 타고난 요리사이기도 하다.

중국의 분위기를 살린 세련된 실내 디자인은 이곳에서 먹게 될 음식이 창조적인 현대 중국식임을 짐작하게 한다. 벽에는 청삼을 곱게 입은 중국 여인들의 개화기 적 사진들이 걸려있다. 양귀비를 닮은 그녀들의 수줍은 듯, 붉게 물든 볼이 아름답다.


딤섬은 4개 정도가 나와 애피타이저로 가볍게 먹기 좋은데 새우 등, 해산물로 속을 채운 만두를 종류대로 한 쪽 씩 담아 낸 해산물 딤섬 (Dim Sum from the Sea)은 다양한 모양과 맛을 즐길 수 있다. 따뜻한 전채 요리 가운데 꼬마 만두 (Tiny Dumplings)는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조그만 크기의 마치 개성 식 조랭이 떡국 같은 만두를 약간 매운 맛이 나는 간장과 식초 소스를 넉넉히 쓰고 실란트로로 향을 내 돼지고기의 역한 냄새를 모두 없앴다. 잘게 썬 닭고기와 버섯을 볶아 컵처럼 도려낸 양상추에 담은 요리 (Minced Chicken with Mushrooms in a Lettuce Cup)는 상추 잎에 고기 얹어 먹는 우리 식 쌈 밥을 떠올리게 하는데 양상추의 차갑고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따뜻한 닭고기의 동양적인 맛과 이루는 조화가 일품이다.

메인 디쉬로는 생선 찜 (Steamed Fish in Light Soy Sauce)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결코 오래 익히지 않은 생선을 간장 소스로 간을 하고 생강과 파, 실란트로의 향을 더한 것이 차이나타운의 중국 식당에서 생선 한 마리 찜 시켜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인데, 딱 알맞은 양을 접시에 곱게 내어 오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먹던 맛과 차별이 된다.

왕새우(Prawn) 요리도 다섯 가지 다양한 요리법으로 선보이는데 버섯과 마늘, 생강으로 조리한 것 이 가장 우리 입맛에 맞는다. 메인 디쉬와 함께 먹는 야채 요리로는 박쵸이나 가지, 그린 빈 볶음을 식성대로 주문하면 되고 볶음밥이나 국수 요리, 수프도 우리에게 친숙한 맛이다.

후식이 맛있으니 배를 조금 남겨두었다가 두 사람이 함께 먹는 종합 후식 (Assorted Deserts)으로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보도록 하자. 특히 단팥이 들어간 패스트리와 시럽에 재워두었던 자몽이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중국 요리의 기름기를 말끔히 없애준다.

음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차이나타운 중국 식당보다는 비싸지만 다른 고급 식당에 비하자면 그리 나쁜 가격도 아니다. 대륙 사람들의 넉넉한 서비스가 식사를 더욱 즐겁게 한다.

▲ 종류 : 홍콩 스타일의 현대화된 중국 요리
▲ 오픈 시간 : 주 7일 오후 5시 30분 -10시 30분.
▲ 가격 : 전채 요리는 5-11달러, 국수와 볶음밥은 10-14달러, 메인 디쉬는 14-19달러, 야채 요리는 9-15달러.
▲ 드레스 코드 : 세미 캐주얼, 정장
▲ 주소 베버리 힐즈 지점 8826 Melrose Ave. W. Hollywood, CA 9069 예약 전화 (Melros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Robertson을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 예약 및 문의 전화 : (310) 288-0806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