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머리는 영리한데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는 아이

2001-05-2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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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재 교육-V

▶ 전정재 박사

"타이태닉(Titanic) 영화 보셨어요?"
"아직 못 봤는데!"
"꼭, 보세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주제가 무엇인데요?"
"글쎄요! 그 사람이 그렇게 큰 보석을 그냥 바다에 던져버리는 거 있죠?"

12세짜리 민호는 필자가 그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데? 라고 묻는 질문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또, 그이가 누구인지, 설명도 하기 전에 줄곧 무슨 큰 목걸이를 바다에 던졌다는 데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신 없이 그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저 건성 듣기에는 반에서 무슨 스피치 발표라도 하듯이 아주 말을 잘하는 학생 같이 들렸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민호는 이 말했다, 저 말했다 하기 때문에 그 말의 주제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그 당시 아직 그 영화를 못 본 상태라서 하도 답답하여,


"…그렇다면 그 영화의 주제가 주인공이 부귀 영화를 내던져버리는 거니?"
"네! 맞아요!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니 어떻게 안 것이 아니고, 네가 하는 말을 요약을 해보니까 그런 것 같아서…"

필자는 아직도 민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의 주제를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요! 바다에 진주(pearl)는요…" 민호의 말을 다시 귀 기우려 들으니 확실히 그 장면은 Pearl이라는 명작에 나오는 한 장면이었다. 그 장면도 아주 생생하게 잘 설명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필자는 그 책을 대학시절에 읽은 책이어서 Pearl의 주제를 이야기해 보라면 할 수는 있어도, 그 한 장면을 그렇게 자세히 말을 할 수는 도저히 없었다. 즉, 민호는 Titanic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Pearl이라는 명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후 민호는 우리 클리닉에서 테스팅을 받아보니 놀랄 정도로 머리가 명석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민호의 또 다른 면은 자기 생각의 정리정돈을 잘못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높은 지능지수를 가진 민호였고 기억력(memory)은 거의 완벽했지만 생각의 정리정돈은 잘 하지 못하였다.

마치 새로 이사 온 집에 아직 가구의 정리정돈이 안된 것 같이… 아무리 집이 크고 가구가 좋고(머리가 좋고 잠재능력, 또 탁월한 학생) 많아도 그 모든 가구가 제자리에 정리정돈 안 되어 있으면, 그 방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가 없는 법이다.

부모에 따르면


I.민호는:
A.어려서는 신동이라 할 만큼 공부를 잘 하였다. 그러나 5~6학년부터 조금씩 성적이 떨어진다고 했다.
B.책은 "읽어라! 읽어라!" 해서 읽는지는 몰라도 주로 흥미 본위의 책들을 읽고 잘 안 읽는다고 했다.
C. TV는 물론 컴퓨터놀이를 즐긴다.
D. 자기 방 정리를 못한다.

II.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A. 머리가 탁월할 정도가 아니고 영재에 속한다.
B. 생각의 정리정돈이 잘 안 되었다(이것은 지각(perception)의 문제라고도 한다). 이 지각의 문제는 머리가 나쁜 아이, 보통인 아이, 탁월한 아이 등 누구에게나 다 있을 수 있는 문제이다. 머리가 보통이거나 느린 경우 아이의 지각 문제는 이미 2~3학년 때 그 증세가 나타나는데 민호 같이 영재인 경우에는 늦게, 중·고교 때 나타날 수가 있다.
C. 추상적인 개념이 빠르다(conceptualization ability).
서론에 소개한 민호는 비록 12세밖에 안됐지만 타이태닉(Titanic)이 빙산에 못 이겨 침몰했다고만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질문명, 인간의 자존심, 허세 등의 파괴라는 점까지 이해했다.


●해결책:

1. 디음의 해결책은 우리 클리닉에서 실제로 민호에게 적용하여 크게 효과를 본 방법이지만 영재이건 아니건, 생각의 정리정돈이 약한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여질 수 있는 학습방법(study skills)이다.

2. Venn Diagram이란 생각을 일일이 정리하여 diagram으로 그려 그 생각의 정리정돈을 하는 학습방법이다.

3. 이 Venn Diagram은 누구에게 쓰이면 가장 효과적인가?
어떤 학생들은 어려서는 공부를 아주 잘 했는데 학년이 올라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공부하기를 힘들어하든지 안 하려고 드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 중에는 공부의 양이 많아짐에 따라 그 많은 공부 양을 감당하지도 못하고 소화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려서는 머리가 영특한 데다가 학교에서 배우는 양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저학년의 공부 양은 전적으로 정리정돈을 하여야만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지도 않다. 마치 진공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드리듯 별 노력, 특히 생각의 정리정돈을 하지 않고 영특한 두뇌, 특히 기억력 하나로 만이라도 충분히 공부를 잘 해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아무리 영특해도 두뇌 하나로써 그 많은 양의 공부를 해 내기가 힘들다. 또 가끔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이 ‘벤 다이아 그램’은 정리정돈 하는 방법, 즉 공부하는 방법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학습방법으로 원래 이것은 고학년 학생을 위하여 만들어졌으나(Flood & Lapp, Heimlich & Pittelman, 1986년 연구) 이 방법이 하도 효과적이라서 요사이는 저학년 학생에게도 많이 쓰인다.

4. Dunston(1992년)은 1982~1992년의 10년 동안 읽기 이해력(reading comprehension)을 저학년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이 방법을 써 본 결과, 학생들의 이해력과 배운 것을 기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헸다. 그 후 Moore와 Readance(1984년)도 비슷한 연구를 저학년과 고학년에 했는데 그 결과가 역시 비슷하다.


필자는 우리 클리닉에서
A. 독서수준이 자기 학년보다 더 높은 학생(gifted children)
B. 영어가 아직 ESL이어서 어휘력과 독해력이 떨어지는 학생(한국에서 온 학생들)
C. 머리는 영특한데 어휘력, 독해력이 약한 학생들에게 이 Venn Diagram 방법으로 가르쳤다.
D. 영특하면서도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특히 집에서 읽혀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추천 도서는:

i. Bill’s Button; Accorsi, William; Greenwillow, 1992, 20 pages-각 페이지마다 단추가 있는데 단추 구멍이 다 다르다. 그러나 단추 하나만 4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아 빌린 단추라는 것을 알아내게 되는 이야기.

ii. Dinosaur Island, Haynes, Max. Lothrop, Lee and Shepard, 1991, 28pages-숨겨 있는 공룡 찾기.

iii. Pretend You’re a Cat, Marzollo, Jean: Dial, 1990, 26 pages-여러 동물들의 등장과 더불어 독자가 동물의 역할을 해 보는 것.

iv. The Secret Birthday Message, Carle, Eric; Harper Collins, 1971, 22 pages-숨겨진 메시지를 찾아, 지시사항 대로하는 것.

v. Treasure Hunt, Cauley, Lorinda Bryan; Putnam’s, 1994, 30 pages-학생들이 숨겨진 메시지를 책갈피, 의자 밑, 정원 등에서 찾아서 하라는 대로하는 것.


위의 책 5권 모두가 지시사항을 따라야만 하는 내용이다. 생각의 정리정돈이 잘 안 되는 학생들에게 정리정돈을 시킬 수 있는 첫 걸음이 지시사항 대로 따르게 하는 것이다. (Following directions) <책의 선택은 저학년부터 했고 또 다른 책들도 있으나 지면상 몇 개만 택한 것을 양해하십시오>


(더 자세한 영재교육에 대한 영문판이 있음을 알립니다. 자녀의 독서수준을 미리 알아야 도움이 됩니다.

문의 전화: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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