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CMA 영구소장 ‘서도호 작품’ 연말 일반 공개

2019-05-01 (수)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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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MA 영구소장 ‘서도호 작품’ 연말 일반 공개

최근 LA카운티뮤지엄에 기증된 한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씨가 자신이 거주하던 뉴욕 아파트를 재현한 작품 ‘Do Ho Suh: 348 West 22nd Street’. [LACMA 제공]

LA카운티뮤지엄(LACMA)에 최근 기증된 한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씨 작품 ‘뉴욕 22번가 집’이 올해 말 관객들을 찾아온다.

서 작가의 작품이 LACMA에 영구소장된 것은 2005년 설치작 ‘문’(Gate)에 이어 두 번째다. 익명으로 기증된 ‘348 West 22nd Street’는 서도호 작가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거주했던 뉴욕의 아파트 지상층 주거공간을 반투명한 천으로 제작한 꿈 같은 방들과 계단, 복도로 스테인레스 스틸 뼈대로 재현된 설치작품이다.

결합된 방의 몰입형 통로에서 방문객들은 서도호 작가의 사적 공간을 일시적으로 접하게 되고 유령 같은 구조물을 통과해 구경하며 집이지만 집이 아닌 ‘물리적으로 표현된 기억 속의 집’을 살필 수 있다. 복도, 계단, 아파트 및 스튜디오가 각각 하나의 색상 블록으로 렌더링되었고 속이 들여다보이는 구조물 속에 놓여진 조명 및 가전기기, 욕실 파이프 등과 같은 세부적 표현이 3D기술과 한국 전통 재봉 작업을 통해 정교하게 구현되었다.


서도호씨의 작품은 기억의 물리적 표현이다. 현대 세계에서 사적인 공간과 문화 전통 및 신념체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색한다. 한국, 로드 아일랜드, 베를린, 런던, 뉴욕에서 자신이 살았던 과거의 집들을 실제크기 혹은 축소해 천과 강철로 재현하는 설치작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서도호 작가에서 기억의 물리적 표현은 일상 공간을 건축 재현함으로써 집, 변위, 개성, 집단성을 탐구하게 만든다.

1962년 동양화가 서세옥씨와 정민자씨의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서도호씨는 10살 때 아버지가 지은 한옥에 살며 한옥의 안과 밖에서 문화적 충돌을 겪었다.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작품 ‘집’ 시리즈를 탄생시킨 바로 그 뿌리다. 서울대 동양화과 학·석사 학위를 받고 1991년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회화과와 예일대 조소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8년 카파미술상 수상자인 그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선정돼 국제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7만여개의 군대 인식표를 이어 붙인 갑옷두루마기 ‘Some/one’과 고교생 4만여명의 사진을 스캔해 벽지로 제작한 ‘Who are we’로 호평을 받았고 그 해 휘트니미술관 필립모리스 분관 개인전과 시애틀 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레만 모핀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06년 LACMA가 ‘문’을 매입했으며 2009년 텍사스 휴스턴 미술관이 서도호의 작품을 구입한 이후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뉴욕, 런던, 서울을 오가며 살고있는 그는 자신의 이주 역사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자신이 살던 집을 재현하는 작품을 통해 미묘하지만 심오하고 친밀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LACMA 컬렉션이 된 서도호씨 설치작 ‘348 West 22nd Street’은 오는 11월10일부터 2020년 10월25일까지 LACMA 레스닉 파빌리언에서 전시된다.
LACMA 영구소장 ‘서도호 작품’ 연말 일반 공개

칼라·프레드 샌드의 기부금으로 2006년 구입한 LACMA 컬렉션인 서도호씨 작품 ‘문’(Gate·2005).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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